낮달을 보시라 / 박영대
낮달을 보시라
아니 낮달이 되어 보시라
한때 별보다 크고 더 넓게 화려한 밤을 누리던 CEO
달빛 아래 찾아와 찬사와 아부하지 않는 이 누구 있던가.
단 며칠이 한달 내내인 줄 알고 설치다
절반이 가는 동안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낯만 냈다
대낮이 어둡다
침침해진 바늘귀가 자꾸 헛 곳을 찌른다
스위치를 켰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대낮이니까
새들이 자기 종족인 줄 알고 날아온다
버릇없는 것들
날개 힘만 믿고 곁에 다가와 견주고 간다
구름도 없는 맑은 하늘에 잘도 갖다 붙였다
힘 빠져 축 처진 것을
고문으로 아니 검불로
한데 모아서 태워 버릴 달집으로
배추 포기에 달이 떴다
통 찬 포기 안에 숨어서 떴다
배추쌈 싸 먹고 푸르게 숨 죽이고 있다
잔별들 윽박에 겁 질려 다 내보일 수 없는 조마조마한 행적을
배추색에 물들어 보호색이 된다
다만 식욕을 달래는 입으로만
물결 출렁이면 짠물 둘러 쓰고
달의 노래를 흘리고 있다
반나절도 안되는 동안 희미한 굴욕으로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