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전과 후

아리박 2010. 11. 1. 08:12

전과 후 / 박영대

 

단풍이 든다고 좋아했습니다

곱게 아니면 입술처럼

욕망을 끌어내는 빌미

 

산의 무대였습니다

숲과 낙엽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그려내는

단풍의 변신은 무죄라며 가을 유행을 끌어가고 있었습니다

 

색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섹시하게 말라가는 유연한 웨이브

다 생명의 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늘 높고 바람 자던 날

밤, 소리없이 지하에서 뻗쳐오는 불안

별 총총한 날 속고 속이고 있습니다

속는 자는 숙맥이고

안 속는자는 약삭 빠르게

속는 방법을 살짝 빠져 나갑니다

 

숙맥들의 처절한 순수

맥이 끊깁니다

 

아. 첫서리 

 

느낌표도 찍지 못하고 늘어져

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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