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허락 / 박영대
가을이 빠지도록 하늘 맑게 개어내고
몸 적셔가며 유언까지 받드는 저 밑 물소리
밤새 나 몰래 그냥 얼어도 좋다고
늦은 달이 창밖에 졸음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애쓰고 버티다가 차마 제 갈 길 가지 못하고
빤히 보이는 창가에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일찍 나와 마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철철 넘치는 생각을 내 안에 담을 그릇 모자라
마음대로 하라고 이 몸 허락하렵니다
밤이 끝나도 좋다는 잠 못 이루는 산새 울음도
힘에 부쳐 마지 못한 허락입니다
숲 떠나 온 낙엽이 전하는 말
지키고 감당할 수 있는 경계를 넘어
작은 가슴으로 받기에 너무 벅차서
당신의 뜻대로 하여도 좋다는 허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