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葬
박영대
봄볕에 이별처럼 죽은 것들이 살아 난다
살아있는 것들이 잠을 깬다 눈물처럼
사라지기 위한 몸짓에 움이 트고
언 몸 녹아 움직거리는
산 것들의 꽃 마중
봄볕의 애무로 시작되는 솜털들의 발기
모두 느끼는 오르가슴이 다 다르다
어떤 놈은 잎이 먼저 오르고
어떤 놈은 뿌리가
또 어떤 꽃은 색색이 올라 화냥년이 되고
그 동안 애써 기다라던 화려한 꽃들
제 색갈로 부끄러워 한다
단번으로 끝나는 꽃들의 하룻밤
피고
지고
보면 꺾고 싶고
보이면 내주고 싶은 가슴골
그렇게 숨기고도 내 보이고 있다
지면서 보여 주는 서러운 꽃비
내 몫은 다른 꽃을 위해 떨어져 주는 것
나면서 생긴 상처 치유하지 못하고
채 피어 보지도 못하고 쌓이는 주검들
꽃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