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가을
박 영 대
나에게는 오르막 산길 같은 힘든 가을이
강에서는 바람에 땀 가시듯 출렁출렁 흘러 간다
나에게는 구멍 뚫린 상처를 남기고도
산에서는 솔바람 지나듯 삽삽하게 스쳐 간다
나에게는 청춘의 푸른 잎에 무서리 내리고는
나무에게는 정열의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다
한 철을 보내는 고개로 또 한번 구르는 시간들
한 고비 넘으면 나에게는 또 다른 가을
툴툴한 자갈길 버텨 지탱한 발바닥
참을 수 없는 굳은 살의 아우성
사람아
목마른 걸음걸음 마른 그 길에
물기나 한번 적셔다오
식은 피 데울 장작에다 한잔 부어
이 가을을 불 피우고 싶다
모놀로그가 어울리는 제 맞춤복 같은 가을
누군들 잠 재워 둔 자기들의 이야기들
실타래 풀어 세지 않은 밤을 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