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닷가에는
박 영 대
부서져 스러지고 있었어
일어서려다 다시 일어서려다 스러지고 있었어
힘에 겨워 주저앉은 썰물
마주 보는 섬 섬 섬의 고단한 얼굴
긴 팔 쭈욱 뻗어서도 잡히는 건 허기 뿐
눈밖에 벗어난 폐선의 기침 소리
밀물의 부서짐이며 바람의 부서짐이며
닳다가 만 갯바위의 부서짐이며
색깔으로만 외치다 바래버린 깃발
날려라
날려라, 부서져 날려라
묶인 한 배에서 떨어지는 함박별의 고별
가라앉았다가 뜨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뜨고
잡아당기는 물살에 버텨내는 부표
내 생전에 풀지 못하고 남겨진 미봉
허기가 녹아들어 틉틉해진 이야기
중저음 함성이 조각 난 폐선의 유언을
거기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폐선의 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