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겨울 바닷가에는

아리박 2009. 11. 29. 11:58




겨울 바닷가에는

                                   


부서져 스러지고 있었어

일어서려다 다시 일어서려다 스러지고 있었어

힘에 겨워 주저앉은 썰물


마주 보는 섬 섬 섬의 고단한 얼굴

긴 팔 쭈욱 뻗어서도 잡히는 건 허기 뿐

눈밖에 벗어난 폐선의 기침 소리


밀물의 부서짐이며 바람의 부서짐이며

닳다가 만 갯바위의 부서짐이며

색깔으로만 외치다 바래버린 깃발


날려라 

날려라, 부서져 날려라

묶인 한 배에서 떨어지는 함박별의 고별


가라앉았다가 뜨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뜨고

잡아당기는 물살에 버텨내는 부표


내 생전에 풀지 못하고 남겨진 미봉

허기가 녹아들어 틉틉해진 이야기


중저음 함성이 조각 난 폐선의 유언을

거기 그렇게 외쳐대고 있었다.



   폐선의 유언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있어도 좋을 동행  (0) 2009.11.29
바닷가 둘이서  (0) 2009.11.29
미술관에서 별을 줍다  (0) 2009.11.10
또 다른 가을  (0) 2009.11.10
동해의 여명  (0) 200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