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역에서
박 영 대
절반을 내주고도 구속 받는 절반의 자유
매달린 절반의 국기봉에서 반만 펄럭이고
반쪽 철조망에 걸려 절름거리는 절반의 바퀴
철길을 따라 무심코 찾아왔었을 뿐인데
동강 난 철도 위에 나딩구는 반 세월의 뼛조각
혈육을 부르는 기적은 빈 역에 주저 앉아 넋 놓고 있구나
마디마디 새겨진 비문 읽고 있는 풀꽃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안부는
기다리는 가족에게 못 먹은 떡국으로 불어터지고
빤히 보이는 고향땅 전해줄 우체통이 없어
철마다 꽃색으로 쓴 편지 피었다가 진다
풀밭에 꺾인 뿌리 내린 청춘의 발자국
뚫리고 조각 나 찌그러진 녹 슨 망각들
숨이 끊긴 칸칸 철도원 망치로 땅땅땅 살려내
모르는 처지도 아니고
고철값은 후하게 쳐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