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박 영 대
구름이 될까나
바람이 될까나
세월로 치면 좁쌀 한 말가옷
망각조차 아쉬워 조각구름으로 새겨놓은 아무 날
부서지다 부서지다 뿌려놓은 기억의 부스러기들
다 안다고들 하지만 눈대중으로만 대 본 어림짐작
아직도 까마득 모퉁이 돌아서서 가고 있는 고갯길
버릴 거 없는 것 같아도 새들은 조석으로 찾아와
사시사철 조각조각 덧대 기운 몸뚱아리 쪼아댄다
목이라도 축일랴치면 이슬 밑에 온 몸으로 손 벌린
해 갈수록 가벼워진 뼈속에 품고 있는 아까운 이야기
하늘에다 평생 할 말을 바람의 이름으로 쓰고 있다
닳아진 신발 멈춰서서 가는 길을 묻지만
가리키는 곳은 늘 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