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시월의 눈썹달

아리박 2022. 11. 7. 09:49

시월의 눈썹달

시월의 눈썹달 / 박영대

그해 시월은 초닷새달이 두 개
그 하나는 이태원 비탈에 떴다
그 하나는 외래의 각진 이방구
그 하나는 외진 달빛마저 검다
그 하나는 걸려 넘어진 달의 헛디딤
그 하나는 겹겹 말 한마디 없이

그해 시월은
높고 믿었던 안심 밤거리 허물어지다
그해 시월은 그냥 뜯겨지는 청춘 달력
그해 시월은 보름달까지도 얼룩져
그해 시월은 오래도록 어둡다

그냥
흰 장갑 국화꽃 단풍
그 검은 달빛 품에서 스러지다



*** 세계 최고라던 서울의 안전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한 순간의 방심이 부른 허요 어른들의 자만이었다
세계 시민에게 부끄럽고 젊은 영혼에게 무릎 꿇다
달빛도 검은 눈물로 몸을 낮추고 먼 묵상에 든다

이태원 사고 희생자 158위를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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