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박 영 대
구름이 될까나
바람이 될까나
세월로 치면 좁쌀 한 말가옷
망각조차 아쉬워 허옇게 새겨놓은 아뭏날
부서지다 부서지다 뿌려놓은 기억의 부스러기
다 안다고들 말하지만 저 편 꼭데기 건너다 보면
아직도 까마득하게 굽어 보이지 않는 길
버릴 거 없는 것 같아도 새들은 조석으로 찾아와
사계절 조각조각 덧대 기운 몸뚱아리 쪼아댄다
목이라도 축일랴면 이슬에게 온 몸으로 손 벌린
가을마다 떠나 간 낙엽들이 품고 간 이야기
하늘에다 말 가옷 사연을 구름연필로 적고 있다
신발들 멈춰서서 가는 길을 묻지만
늘 가르키는 쪽은 딱 한 곳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에게 왕관을 씌우노라 (0) | 2022.12.31 |
---|---|
짜잔~ 짜잔짜! 첫눈 (1) | 2022.12.04 |
시월의 눈썹달 (2) | 2022.11.07 |
가을 가에서 독백 (0) | 2022.10.10 |
준皴(주름) (2) | 2022.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