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고사목

아리박 2022. 11. 22. 11:05

고사목
박 영 대

구름이 될까나
바람이 될까나
세월로 치면 좁쌀 한 말가옷
망각조차 아쉬워 허옇게 새겨놓은 아무 날
부서지다 부서지다 기억이 뿌려놓은 잔해부스러기
다 안다고들 말하지만 눈대중으로만 대 본 어림짐작
아직도 까마득하게 흘러버린 보이지 않는 길
버릴 거 없는 것 같아도 새들은 조석으로 찾아와
사시사철 조각조각 덧대 기운 몸뚱아리 쪼아댄다
목이라도 축일랴치면 이슬 밑에 온 몸으로 손 벌린
해 갈수록 가벼운 것들이 품고 간 잊혀진 이야기
하늘에다 평생 살아온 사연을 구름으로 쓰고 있다
 
닳아진 신발들 멈춰서서 가는 길을 묻지만
늘 한 곳만 가리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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