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왕관을 씌우노라 / 박영대
무지개가 부러워하는 여왕의 마지막 장식
겨울바람 커튼 사이로 창검 소리 빛나는 열병식
멀리멀리 아이들 운동장 얼굴들
새 잎처럼 발원으로 피어난 은빛 표정들
연필 글씨 위에 무채색 대지를 평정하노라
하나씩 둘씩 더불어 정성으로 돋아나고
추운 변신이 시작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어느새 커서 부끄럼 알게 될 때까지
녹아내리지 않을 흰 피 같은 동심
가슴에 품은 묵직한 햇살 한 가닥씩
주체하지 못하고 안개 속으로 이어진 각자의 길 걸어왔다
아는 길이라곤 책에서 본 살았던 자들의 발자국 좇아서
북극의 하얀 북소리를 얼려 보무 당당히 앞장 선다
기다려라, 석양까지는 시간이 없다
출정은
새벽이다
생과 사 구분없이 예리한 승자로 돌아온 영롱한 변신
그대에게는 어울릴 자격이 있다
충성스런 대지의 병정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