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벚꽃 상여 나가는 날 조위금을 내겠소

아리박 2013. 4. 13. 09:18

   벚꽃 상여 나가는 날 조위금을 내겠소

 
여의도 벚꽃 상여 나가는 날

나는 조위금을 내겠소

 
징용 때 끌려가서 굴속 곡괭이에 찍힌 젊은 아버지

멍에 태 어깻죽지 어루만져본 적 있는가

큰 눈에 담은 황소의 말씀 얼마나 지났다고 

 
마지막 남은 누님

짐승들의 눈 뒤집힌 서른여섯 번째 몹쓸 짓까지

속치마로 닦아낸 치욕의 소낙비

흰 꽃 눈물로 쏟아지고 눈엣가시 다시 돋는다



 

영정 사진 치켜든 

아무리 철없는 조카야 손자야

 
불타고 있다

그때 파낸 화약으로 불꽃놀이 훠~어얼 불타고 있다

흰 적삼에 번진 艶粉紅 물든 노랑머리 
 

따라간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꽃치마 꽃바지 줄줄이 꽃상여에 망각을 매고

꽃마차 타고 꽃놀이 간다

 
얼근해서 찾아가는 난장판 꽃마당

돌아가는 핑핑 불빛 무대에서 할퀸 누님의 첫 하혈

귀청 떨어지게 찢어지는 암소 울음소리

 
울 줄도 모르고

살 줄도 모르고

놀 줄도 모르고

 
초상 치르는 사나흘 


곡소리를 낼란다

어이 어이 어어이

 
꾸역꾸역 밀려드는 넋나간 부나비 

팔도에서 날아온 안부 발기발기 찢어서 꽃가루 뿌려놓고  

 
굴건 상복 하늘 가려 고개 숙인 哭婢소리

어이 어이 어어이

한 사흘 춤추고 곡해 울란다

 

윤중로

태백산맥에 철갑 두른 소나무가 살란다

 
부의금

오만 원.

 

 

  윤중로에 벚꽃 상여 나가는 날 조위금을 내겠소

    철갑 두른 소나무 태백산맥에 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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