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패션 가을 패션 누구는 솜을 보고 입고 누구는 디자인 누구는 브랜드를 보고 입는다 계절 실종시대 내 갗 노출하기 유행에 의한 사계절 내내 단풍들기 나무들 유행타고 있다 자작시 2012.11.01
치악을 지나며 치악을 지나며/박영대 해 안에 짐을 싣고 단양까지 가야하는데 족히 오백 리 애써 한나절 안으로 줄이려니 서울 빠져나가 얽히고 설킨 덧옷 풀고 여주이천 쌀판 지나 수도권 굴레 떨쳐내니 산 문 열고 단풍 든 장끼 한마리 굵은 산줄기로 튄다 상경하는 남한강물 둘러 잡은 치마폭 군데군.. 자작시 2012.10.31
가을 폭포 가을 폭포 / 박영대 아버지 앞에 섰다 찌렁찌렁 내리붓는다 이 때까지 거둔 것이 무어냐고 야단이시다 벌벌 떨고 있는 가을 스물스물 달아나는 물바람 앞을 가로 막는다 바랜 낙엽 한장 건져들고 어머니가 데리고 뒤안으로 간다 눈물이 난다 폭포같이 찟긴 회한 평생을 내리 붓기만 했던 .. 자작시 2012.10.28
시월 지나거든 시월 지나거든/박영대 시월 지나거든 단풍잎 찾지 마라 눈이 아프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곱다고 쓰지 마라 글 마르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목향기 좋다고 취하지 마라 붉디붉은 감기에 코 막혔다고 해라 두어 달 시름시름 마르다가 끝낸다고 해라 속절없이 붉어만가는 시월이 말라가.. 자작시 2012.10.26
가을비 가을비/박영대 가을비 내리면 들판 늙어간다 짙어가던 계절 농도가 묽어간다 꽉 묶은 다발에서 성글게 풀어진다 하나씩 둘씩 희여가는 내 머리털 날린다 가을비 내리면 개울 물소리 늙어간다 시원하게 우렁차던 물빛 서늘하다 힘찬 줄기 가늘가늘 돌틈으로 스며 흐른다 다 마시고나면 .. 자작시 2012.10.17
토란 토란 돌 틈 사이로 간간이 흐르는 실개천 만나면 그래그래 구름 헤매다 절절히 흩날리는 연우 만나면 그래그래 푸른색 얼굴들 열렬히 긍정한다 숲 뒤흔드는 큰바람에게는 아니아니 길 파내는 물 시위에게는 아니아니 무순 짓 나무라며 도리질 친다 사랑과 미움의 풍속계 바람도 지날 때.. 자작시 2012.09.13
흰 목도리를 두른 토루소 흰 목도리를 두른 토루소 없는 손발이 자유롭다 높은 감나무를 보면 길게 팔이 늘어나고 작은 꽃 하나에도 가까이 다감하다 신발을 보면 다리에 힘이 솟고 발목 시리도록 걷고 싶다 가슴으로만 만지고 가슴으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만 보고 싶은 네 팔다리의 생략 쌀쌀맞은 머리까지도 .. 자작시 2012.09.10
우듬지 선생의 특강 우듬지 선생의 특강 백 년을 넘게 청춘으로 지내 본 우듬지 선생 늙어서 잘 살고 싶은가 젊어서 잘 살고 싶은가 맨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사는 동안 우등 학생만 가르쳤다 거울 속 단장한 얼굴 새로 돋아난 귀여움 안개로 가린 눈발림속에서 겉만 보고 살았다 백이 넘는 세월은 잉여 시.. 자작시 2012.06.07
시집 살이 시 詩 집 살이 시인의 아내로 살려거든 봄바람 불어 바람났다고 마음쓰지 마라 그 바람 막으면 두 손 꽁꽁 묶어 감옥에 가두는 일이니 비라도 오는 날은 말 걸지 마라 창가 빗소리에 귀 기울여 대답해야 하니까 새싹 돋은 시기에는 조용히 해 주어라 숲 속의 봄맞이 동요 음악회에 빠져 있.. 자작시 2012.05.07
나비 돛배 나비 돛배 텃밭에 옹기종기 돛배 몇 척 그물치고 고기잡는다 수삼 년 새로 지은 돛배 검은 돛 흰 돛 호랑 돛 높이 세우고 왔다가 갔다가 다시 또 그 자리에 바람따라 구비 지나서 고개를 넘어 돛대 아스라이 파랗게 물들고 날개 깔았다 세웠다 그물 당기고 있다 한 배 가득 돛줄로 묶어진 .. 자작시 201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