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공중에서 멎다

아리박 2012. 12. 22. 12:34

공중에서 멎다

 

신축 공사장 타워 크레인이 긴팔로 휘이적휘이적

내젓는 힘이 마냥 부럽기만하다

 

정력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수컷들의 무작정 추종

근육질 복근을 눈 내리깔고 곁눈질하는 선망이다

 

하늘 꼭대기에서 도시를 짓고 있는 큰 키가 여태껏

미성년자 19금처럼 궁금했는데

산부인과 엿보듯 부산한 공사장 키 키우기에 눈 기울렸다

 

안전 헬멧 둘

방한 벙거지 하나

거대한 힘과 아스라한 높이에 가당찮게 매달린 공중 현장

 

 

끼워 넣을 허리

한토막 또 한토막

 

잘디 잘게 여러가닥으로 꼬았다가 다시 꼰 긴 쇠줄이

끝에서 끝으로 왔다가 갔다가 비법처럼 낚싯줄을 감고 있다

 

어느 줄은 감고

어느 줄은 풀리고

긴 팔 낚싯대로 도시 한조각을 여지없이 낚아 올린다

 

척추 한토막을 들어올려 끼울자리에 가까이 가까이

내림. 멈춤. 내림. 멈춤.

통안에 미리 들어가 있다가 가까이 온  한토막을 갖다붙인다

 

우지지끈. 암컷에 수컷 끼우는 소리

이빨틀에 끼우고나면 그대로 정지

한 동안 꼼짝않고 육중하게 넣고 있다

 

부드러운 손길의 조임과

구석구석 틈을 찾아 채워주는 미세한 충만

허리 힘이 좋아야 하느니라

 

어둠과 광명의 경계

땅 끝과 하늘 끝의 닿음

묵직하게 맞붙은 틈의 소멸

 

땅!땅! 확인 망치로 고임쇠 괴어 한점 일탈을 막는다

울럭울럭 조임 이루고 나면

스르르륵 붉어진 얼굴 위로 벌떡이는 심장을 포개 놓는다

 

통안에서 이루어진 합체

통밖에서는 잘게 나뉘어 꼬인 질긴 밧줄의 미세한 쾌락을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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