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작심

아리박 2012. 12. 21. 05:03

작심

 

봄에 뿌릴 씨앗을 삼동에 뿌렸다

대대로 지어온 순진무구

 

싹 틔지 못하고 얼었다

애써 슬퍼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얼어 썪으면 그만이었다

 

썪어서 다른 이의 거름이 되면  그만이었다

탱글탱글한 썪음

 

차고 메마른 날

날에서 곪으로

씨앗에서 씨앗으로

철없이 용감하였다

 

키워낼 민심 쟁기질해 놓고

종자에서 짜낸 기름같은 눈물

울어 슬퍼하지 않았다

언 밭에서는 아직 슬픔이 얼어있다

 

땅심 깊이 갈아 촉촉히

오고 있을

 

내년 봄

기다리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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