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봄에 뿌릴 씨앗을 삼동에 뿌렸다
대대로 지어온 순진무구
싹 틔지 못하고 얼었다
애써 슬퍼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
얼어 썪으면 그만이었다
썪어서 다른 이의 거름이 되면 그만이었다
탱글탱글한 썪음
차고 메마른 날
날에서 곪으로
씨앗에서 씨앗으로
철없이 용감하였다
키워낼 민심 쟁기질해 놓고
종자에서 짜낸 기름같은 눈물
울어 슬퍼하지 않았다
언 밭에서는 아직 슬픔이 얼어있다
땅심 깊이 갈아 촉촉히
오고 있을
내년 봄
기다리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