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흔적 - 산방에 온 천원석의 사랑 쉽게 난 태죽이 아닙니다 기다림 찧는 것은 외로움 방앗간입니다 덧나서 페인 껍질 자리 아픔 벗겨내기 위해 찧습니다 날마다 상처 건드리는 것은 고문입니다 그 고문 참아내는 것은 일상입니다 싹이 돋을 때는 밟히고 싶습니다 꽃이 필 때는 꺾이고 싶습.. 자작시 2012.12.03
엿 엿/박영대 온기 덥혀 오면서 시작 모를 때는 건성건성하였는데 달아 오르면서 다시 시작 연민이 돋고 눈물이 나고 귀가 열리고 뜨거운 무쇠솥에 앓음이 끓고 너에게로 점점 당겨지는 점액질 천성으로 칠해진 화분에서 숨겨진 바람기가 난다 늘어진 팔다리에는 별이 박히고 무수하게 흩.. 자작시 2012.12.02
어쩌면 이렇습니까 어쩌면 이렇습니까. *** 袁家界 迷魂臺 바위 숲에 來生을 묻다 어쩌면 이런 세상을 만들어 놓으셨습니까 어쩌면 두 발의 초라함을 이렇게 쓰게 보여 주십니까 죽은 후에나 가 볼 줄 알았던 來生의 풍경 시력이 청력이 지금까지 살아온 휴지조각이 불 타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눈 다시 뜨고 .. 자작시 2012.11.26
잔도 잔도 *** 장가계 천문산 벼랑 끝에 누구나 갈 수 없는 길의 길이 있네 몸이 마음을 따라 갔네 아스라한 끝에 두 길이 있었네 보이는 길 위에 숨은 길이 내디딜 어린 걸음마 손 잡아 줄 철저한 외면 새가 날면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면 그 자리에는 어머니가 안 계셨네 무한소였네 흙 한 줌 .. 자작시 2012.11.25
천상에서 일탈을 꿈 꿔보지 않을래요 천상에서 일탈을 꿈 꿔보지 않을래요 - 호남성 장가계 천문산에 와서 산을 찾아와 벗이 되고 싶다는 동류항이 성립될 수 없다는 명제를 확인하다 그저 눈 힘 풀려 바라다 볼 뿐이다 길고 넓은 치마폭으로 감추어진 속살 드러내지 않은 질곡이여 그 진한 암내로 태동해 내려는 동방의 먹 .. 자작시 2012.11.23
가을 패션 가을 패션 누구는 솜을 보고 입고 누구는 디자인 누구는 브랜드를 보고 입는다 계절 실종시대 내 갗 노출하기 유행에 의한 사계절 내내 단풍들기 나무들 유행타고 있다 자작시 2012.11.01
치악을 지나며 치악을 지나며/박영대 해 안에 짐을 싣고 단양까지 가야하는데 족히 오백 리 애써 한나절 안으로 줄이려니 서울 빠져나가 얽히고 설킨 덧옷 풀고 여주이천 쌀판 지나 수도권 굴레 떨쳐내니 산 문 열고 단풍 든 장끼 한마리 굵은 산줄기로 튄다 상경하는 남한강물 둘러 잡은 치마폭 군데군.. 자작시 2012.10.31
가을 폭포 가을 폭포 / 박영대 아버지 앞에 섰다 찌렁찌렁 내리붓는다 이 때까지 거둔 것이 무어냐고 야단이시다 벌벌 떨고 있는 가을 스물스물 달아나는 물바람 앞을 가로 막는다 바랜 낙엽 한장 건져들고 어머니가 데리고 뒤안으로 간다 눈물이 난다 폭포같이 찟긴 회한 평생을 내리 붓기만 했던 .. 자작시 2012.10.28
시월 지나거든 시월 지나거든/박영대 시월 지나거든 단풍잎 찾지 마라 눈이 아프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곱다고 쓰지 마라 글 마르다고 해라 시월 지나거든 목향기 좋다고 취하지 마라 붉디붉은 감기에 코 막혔다고 해라 두어 달 시름시름 마르다가 끝낸다고 해라 속절없이 붉어만가는 시월이 말라가.. 자작시 2012.10.26
가을비 가을비/박영대 가을비 내리면 들판 늙어간다 짙어가던 계절 농도가 묽어간다 꽉 묶은 다발에서 성글게 풀어진다 하나씩 둘씩 희여가는 내 머리털 날린다 가을비 내리면 개울 물소리 늙어간다 시원하게 우렁차던 물빛 서늘하다 힘찬 줄기 가늘가늘 돌틈으로 스며 흐른다 다 마시고나면 .. 자작시 2012.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