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나목의 숲

裸木의 숲 따뜻함까지 꽝꽝 얼어붙은 외진 산중에 찬 빛 느끼하게 날리고 있는 오후 거침없이 은밀한 속 숲 구석까지 훔친 바람은 뜨거운 심장을 먼저 유혹하지 않는다 원시의 바다에서 고기떼와 놀던 생명의 씨앗 때 잘못 만난 향수는 이제 더 푸를 생각 못하고 목숨 하나 구원받기를 그러나, 매몰차게 걷어붙이는 얼굴에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 가파른 절벽에 빙폭으로 얼어붙은 꿈 통과의례처럼 좁다랗게 그어진 비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구름 걷히고 트인 하늘마저 뒤태 가려주던 그늘까지 걷어간다 벗을 것 하나 없이 다 벗겨진 나목들의 부끄럼 털기 이럴 때는 그 가을 빨간 유혹에 속없이 다 주어버린 마지막 낙엽 한 장이 후회스럽게 아쉽다 그저 묵묵히 수치 당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거드름으로 잔가지 몇 개 건..

자작시 2012.02.08

돌 아리랑

돌 아리랑 (하나) 박 영 대 세상 흔하디 흔해서 돌이지만 무심의 발끝에 채이는 게 돌이지만 입 떨어진 母語처럼 너무 쉽게 여기지만 채이는 아픔 안으로 굳힌 가슴 응어리 얽히고 섥힌 살 풀어내는 살아 있는 哲人 배워도 배워도 비어 있는 잡아도 잡아도 흔들리는 다져도 다져도 무른 가벼움 그저 무게 하나로 중심을 잡는다 인연에서 인연으로 만난 기다림 윤회에서 윤회로 만난 시간 사람 중에 사람 만난 반가움 미감 美感 만져보고 원음 原音 들어보고 선 線 그어진 그대로 哲理를 듣는다 이제껏 돌보다 더한 그리움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고요 들은 적 없고 돌보다 더한 사랑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도덕을 배운 적 없다 이 자리에서 태고까지는 얼마나 파야 할까 발 디딘 자리에서 시간을 판다 켜켜이 쌓인 말씀이 쏟아져..

자작시 2012.02.06

살아 있기에 당하는

살아 있기에 당하는 / 박영대 네비게이션 목적지 흐림에 맞춤 시침과 분침이 한데 묶여 있음 그냥 오래다 보면 너무 가까이다 보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모래밭에 권태가 쌓인다 속살 닿는옷깃에서 잠자리 이불에서 의자의 안락에서도 자동차 문에서도 짜증적체성스트레스증후군 외출지연외부무인성압박증 기다렸다가 안으로 쌓아 놓았다가 단지 시계 바늘 돌아 감 순간적인 폭발 책장에 베인 통증처럼 사춘기 자녀에게 당한 돌변처럼 예기치 못한 아무 잘못도 없는 천재지변 사고 때때로 보이지도 않은 아무 잘못도 모르는 살아 있기에 당하는 정전기 같은.

자작시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