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빈 논

아리박 2012. 3. 7. 02:07

 

빈 논 /박영대

 

빈 논에 글자 한 소쿠리 쏟아져 고스란하다

잃어버릴대로 다 잃어버린 상실의 정돈

 

낙엽보다 더 흰 아픔

상처 아닌 훼손이다


털어낸 무게의 가벼움보다

땀 흘려 키워온 아까움보다

 

머릿수 걷어 
뼈도 못 추린 삭제

 

아직도 미련 남아  넘겨 익히려고

타작 뿌리 박고 있는가

 

누런 푸른 물결

그리움 북돋우고 김매고

 

제삿날 없애기로 한

등 굽은 아버지 사진

 

논바닥에 절절이 편지 써 놓고 있다

 

 

                       *** 빈 논에 벼 그루터기를 보면 왜 아버지 생각이 날까

                                   그때를 생각하며 편지 한통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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