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섬 심심해서 사흘 지나면 심심해서 다시 파도 찾는다 수없이 수없이 당하고도 또 다시 파도 찾는다 피 멍든 흔적 언젠가 잊어버리고 또 파도 그린다 한 두번 속아 본 것도 아닌데 그럴 줄 뻔히 알면서 파도 앞에 고스란히 옷을 벗는다 갇혀 산 세월 간간하게 절여져 맛든 몸 몸짓 한번 출~.. 자작시 2012.04.07
섬 섬 뱃놈 기어오른다 가만히 있는 내게 무슨 불만이 그리 큰지 파도가 되어 기어 오르고 있다 잔 파도 큰 파도 있는 성질 다 부리고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무말 못하고 당하고만 있다 으르렁거리면 그대로 그르렁거려도 그대로 묵묵히 다 듣고 있다 같이 산 세월 너무 길어서 격이 없어진 .. 자작시 2012.04.06
대밭의 염원( 죽암 선생 공적비 제막에 부쳐 ) 대밭의 염원 竹菴 朴寬淳 송림 어르신 공적비 제막에 부쳐 족질 박 영 대 I. 살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봄 여름도 추웠고 가을 겨울도 춥기만 했다 하늘에는 별 총총 대밭에는 대잎 총총 밤새도록 달빛 받으며 강강술래 돌아 간다 성벽 둘러치고 푸른 얼굴 야위기 전에 가여운 생명 키.. 자작시 2012.03.30
암수상열지문 암수상열지문 흑염소로 태어나 완도 약산에 살리 이 섬 발목 건장한 청년과 눈 맞추리 그와 함께 바다 호령하는 바위산 숨은 계곡의 삼지구엽초 찾아 먹이리 파도 이겨낸 바위에 뿔질로 힘을 키워 가족을 늘리리 부화하는 물고기 수만큼 감당하여 태생하는 악조건에도 삼지구엽초 믿고 .. 자작시 2012.03.27
생각 접기 생각 접기 누구네는 비리와 결탁하고 비굴에게 손 벌려 얼마를 벌었다는 근거 있는 잔소리에 바람처럼 초연하기 책 한 권이면 일주일을 너무 즐겁게 지낸다는 방긋방긋한 제비에게 속으로 감사하기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시간이 뭉텅이로 흐르는 강가에 나가 물고기들의 연애무용담 .. 자작시 2012.03.26
봄 바다 봄 바다 남해 바다를 채우고 있는 건 바닷물이 아니었다 일찍 틈 나는 줄 알고 슬며시 찾아와 뽀짝거리는 무리들이 있었다 바다와 섬이 마딱뜨린 기침소리 보채는 어린 계절 보듬고 와 고단한 흔적 내보이며 짠해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 안으로 안으로 숨긴 허망한 갯바람 지은 죄 누구에.. 자작시 2012.03.24
장작 장작 이렇게 살고 싶다 해 넘겨 진득하게 기다렸다가 한 입 아궁이 활활 이 한 몸 원없이 태우는 안중근 의사 마디 잘린 손 끝냈다. 겨울 *** 1910 . 3. 26 이른 봄 뤠순에서 안의사 장작으로 원없이 타다 자작시 2012.03.15
검은 세월 검은 세월 인생으로 갖다대면 뼈대 당당한 내력 이 족적族籍 언제부터였는지 옆으로 그어진 세월테 단지 바람 탄 검은 몸으로 전하고 있다 보름날 강변에서 환히 웃어주던 그 얼굴 이제 보니 낯 빛 잃어 흐물어져 가는데 그때 스친 윤회의 옷깃 아련히 섬섬하다 긴 사연 일일이 말로 다할.. 자작시 2012.03.13
오미자를 짜다 오미자를 짜다 석 달 열흘 움막에 갇힌 바람기 삭은 거적문을 열다 색이 섞이어 검붉어진 저녁놀 밤새 맛을 섞어 숯불 일군 새벽이 오는가 동편 높은 곳에서 낮은 데로 산봉에 매단 광대의 팽팽한 줄타기 굴리는 허리 놀림에 추임새 절로 나고 아침 빛줄 타고 오장육부에 퍼져 허증 채우.. 자작시 2012.03.11
봄밤 봄밤 새벽잠 없어지는 나이에 산방에 누웠으니 인경에 눈이 뜨여 책 한 줄 읽고 있는데 나무들 아직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시내물도 졸졸 숨소리 고르게 잠들어 있구나 눈은 글씨에 잡혀 아른거리고 생각은 펄펄 날아 상념으로 들썩인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 산사 범종되어 꽂.. 자작시 2012.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