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상열지문
흑염소로 태어나 완도 약산에 살리
이 섬 발목 건장한 청년과 눈 맞추리
그와 함께 바다 호령하는 바위산
숨은 계곡의 삼지구엽초 찾아 먹이리
파도 이겨낸 바위에 뿔질로 힘을 키워 가족을 늘리리
부화하는 물고기 수만큼 감당하여
태생하는 악조건에도
삼지구엽초 믿고 대적하리
이 바다에는 일당백 역사가 닻 내려 있는 곳
참꽃 망울 생길 무렵
바다 풀리는 기색
눈 산정에서 먼저 관측하고
그에게 바람이 되라하리
벌떡벌떡 바람 피우게하리
섬 안 거침없이 그이 영토가 되게하리
책상 앞에 앉아 힘 죽이는 일 시키지 않으리
바위와 돌밭 거침없이 건너 뛰게하리
절대로 바다에 기죽지 않게하리
저 푸른 물고기들에게 알려 전설이 되게하리
암수상열지문을 세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