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밭의 염원
竹菴 朴寬淳 송림 어르신 공적비 제막에 부쳐
족질 박 영 대
I.
살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봄 여름도 추웠고
가을 겨울도 춥기만 했다
하늘에는 별 총총
대밭에는 대잎 총총
밤새도록 달빛 받으며
강강술래 돌아 간다
성벽 둘러치고
푸른 얼굴 야위기 전에
가여운 생명 키우고 있었으니
길고 가늘 수밖에
일 년도
십 년도
백 년까지도
단 한 달로 축약해 내는 生涯 要約
유구한 시간의 哲理다
등잔 턱 밑 너덜 밭
영산강 흔들어대는 태풍
할목재 타고 넘는 북풍 한설
지축 흔드는 요동조차도
가는 몸으로 버텨내는 견딤이여 !
목우남정 정한수 떠다 놓고
한층 한층 돌탑 쌓는 염원이어라
II.
대밭에 대가 사는 까닭은 옆의 대나무와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살가운 피붙이와 가까이 살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 익는 열매는 없습니다
잡기 좋게 둥글어지는 몸의 배려
손으로 손잡고
어깨로 어깨 기대고
뿌리로 뿌리 아우러진
대밭의 얼싸안음
어떤 힘으로 떼어낼 수 있을까요
바위보다 굳고
밧줄보다 질긴
서늘한 다부짐
사립문 경계 열고 다발로
나라 건지는 간짓대가 되고
문필 방 학생에게 붓대가 되고
백용산 아래 三村 바구리로 살림 꾸렸습니다
하도 많이 휘어지는 바람에
나긋나긋해진 대밭의 염원
나이도 잊고
남들 다 피우는 꽃
끝까지
끝까지 미뤄가며
마디마디 비워 놓고
어둠을 태워 귀하게 모아 놓은 아침 놀 빛 차곡차곡 담아내고 있습니다
*** 2012. 3. 31 올 시제에 맞춰 집안 어르신 중 본동 어르신과
죽암 송림 어르신의 공적비를 세운다
위선사업을 주관하는 종친께서 헌시를 지어 바치라는 하명으로 이글을 지어 올린다
유년시절 고향의 산천을 그리며 오래된 추억을 끄집어내 한장 한장 넘겨 보니 마을 뒤 들판에서 소 뜯기며 푸른 하늘을 보면 서 책을 보던 아련함이 살아난다
농사와 함께 대나무가 많아 바구리(바구니의 전라도 사투리)를 만들어 자식을 키우던 시골 마을. 당시에는 농사보다 바구리와 가고 만들어 파는 수익이 농업 수익보다 컷을 것이다
두분 어르신께서 마을에 서당을 세우고 죽세공 기술을 보급하신 공덕을 가진 어른들이다. 두분 성품이 대쪽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