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흔적

아리박 2012. 12. 3. 07:59

흔적

           - 산방에 온 천원석의 사랑

 

쉽게 난 태죽이 아닙니다

기다림 찧는 것은 외로움 방앗간입니다

덧나서 페인 껍질 자리

아픔 벗겨내기 위해 찧습니다

 

날마다 상처 건드리는 것은 고문입니다

그 고문 참아내는 것은 일상입니다

 

싹이 돋을 때는 밟히고 싶습니다

꽃이 필 때는 꺾이고 싶습니다

청춘 푸를 때는 찢기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면 먼저 단풍들고 싶습니다

겨울 오면 첫 눈으로 달려와 쓸리고 싶습니다

 

굳이 노랗게 물든 가슴팍

멱 차오르는 박동

이 모든 것의 단서는 당신입니다

 

물 흘러

바람 흘러

 

물보다 더 굳은

바람보다 더 굳은

허물어진 세월에 적신 태동의 약속

 

함께

머문 자리

고스란히 괴어 있는 그리움 창고

 

낮별이 되어

빛 얻을 때까지

 

억수의 돌이 되어

뚫릴 때까지

닳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뚜렷한 흔적입니다

 

 

                         ***  태고부터 생긴 흔적인가

                               석기시대 원인의 자취인가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다

                               돌이 닳아 사랑 차림으로 옷 갈아 입고 사람에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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