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 산방에 온 천원석의 사랑
쉽게 난 태죽이 아닙니다
기다림 찧는 것은 외로움 방앗간입니다
덧나서 페인 껍질 자리
아픔 벗겨내기 위해 찧습니다
날마다 상처 건드리는 것은 고문입니다
그 고문 참아내는 것은 일상입니다
싹이 돋을 때는 밟히고 싶습니다
꽃이 필 때는 꺾이고 싶습니다
청춘 푸를 때는 찢기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면 먼저 단풍들고 싶습니다
겨울 오면 첫 눈으로 달려와 쓸리고 싶습니다
굳이 노랗게 물든 가슴팍
멱 차오르는 박동
이 모든 것의 단서는 당신입니다
물 흘러
바람 흘러
물보다 더 굳은
바람보다 더 굳은
허물어진 세월에 적신 태동의 약속
함께
머문 자리
고스란히 괴어 있는 그리움 창고
낮별이 되어
빛 얻을 때까지
억수의 돌이 되어
뚫릴 때까지
닳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뚜렷한 흔적입니다
*** 태고부터 생긴 흔적인가
석기시대 원인의 자취인가
쓸모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알 수 없다
돌이 닳아 사랑 차림으로 옷 갈아 입고 사람에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