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치악을 지나며

아리박 2012. 10. 31. 07:24

치악을 지나며/박영대

 

해 안에 짐을 싣고 단양까지 가야하는데

족히 오백 리

애써 한나절 안으로 줄이려니

 

서울 빠져나가

얽히고 설킨 덧옷 풀고

여주이천 쌀판 지나

수도권 굴레 떨쳐내니

 

산 문 열고 단풍 든 장끼 한마리 굵은 산줄기로 튄다

상경하는 남한강물 둘러 잡은 치마폭

군데군데 덫 쳐

성황당 전설 위에 고빗돌 엊어놓고

제촉한 걸음 쉬었다 가리

 

제 철 없는 사시사철 

수줍은 듯 다가서는 한복 주름 치악자락

반갑다 품안에 들였으니

태백산맥 끌어안은 한강물 속궁합 맞는 소리

산허리 끼고 있는 색색 바람 띠

물 갗 안개 한이불 속 터진 사랑이라

 

스물네 번 절기 돌아

지난 세절 헛 것 같아

 

내려다보면 허벅지 속 감춘

아슬아슬 부끄럼 터진다

 

 

   푸른 날

 

   단풍든 날

 

  치악 휴게소에서 황홀에 젖다

 

   안개 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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