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에서 일탈을 꿈 꿔보지 않을래요
- 호남성 장가계 천문산에 와서
산을 찾아와 벗이 되고 싶다는 동류항이 성립될 수 없다는 명제를 확인하다
그저 눈 힘 풀려 바라다 볼 뿐이다
길고 넓은 치마폭으로 감추어진 속살 드러내지 않은 질곡이여
그 진한 암내로 태동해 내려는 동방의 먹 빛
조용하다 못해 낭떠러지 같은 어지러움에
새 가슴
새 가슴으로 놀라
내 발 끝에 혼미가 날아 오른다
사람의 발길 갖다대는 부질없음
차라리 오광대 줄타기나 해라
계절도 절기를 잊어 오 갈 줄 모르고
넋 놓고 삭아버린 억겁의 세월
가슴에 구멍 패인 것이 구름이더냐 바람이더냐
비바람이 깎아지른 천상의 소명이더냐
이렇게 철철 비어 있는 허공을 무엇으로 갖다 채우리
어수룩하고 헐거운 미혹의 꿈 박박 긁어다가
한가닥 한가닥 쌓아 올린 위태로운 지상의 욕심덩어리
붙이고 얽어 묶은 저 간질간질한 흔들림을
긴 장대로 받치고 꼿꼿하게 서 있는 산적무리들
천상에서 훔친 장물 짊어지고 달게 벌 받고 굳어 있다
비벼댈 언덕
아스라한 피안의 경계
삶의 등짐은 그 밖에 벗어두고 빈 몸으로 오시소
끔찍이도 지키려던 절절한 명리
저 공중에서 날리는 헛 잎새 하나로
풀풀 소리 죽여가며 연줄을 끊네
아무리 이어 보려 애달아 보아도
아스라한 절벽에 소리조차 떨어지네
여기에선 이백 시선도 다만 취할 것이네
갖다 댈 싯귀 찾지 못해
취해서 받힌 외마디 질러 댈 것이네
평지속에 숨겨온 은거
그래서 더 새어나가지 않은 간수였다
이렇게 깊이 숨어서 아미 눈썹 그리는 동안
밖에서는 몸 달아 하냥없이 그리워했다
그 오랜 세월 참아 왔으면
이제는 벗어 내어 준들 빛 바랜 풍화의 허용이 아니겠는지요
누구랑 어울려 벗이 되려 하오
좁은 틈으로 초생달 깎아 빗장 질러 놓고
가쁜 숨 몰아쉬는 끈 놓아버린 마지막 절망
여한도 없어져 버린 깃털같은 가벼움
내 몸 가벼우니
몸 가벼우니
두둥실 배 띄우는 두려움 허허로이 놓겠네
흥이 난다 흥이 나
찾아 온 아리랑
왼손 꼰 금줄 천문봉에 치고
아리아리랑 정한을 걸어두고 가세
*** 이 곳 장가계는 얼마전까지 소수족 산적들 소굴이 있었다
워낙 깊은 산으로 둘러 싸여 국가에서도 평정하기가 어려워 그대로
놓아 둘 수 밖에 없었다
생계가 어려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산적질이라도 해야 하는 이들의
삶이 아리랑같은 슬픔이다
** 봉봉이 기둥으로 천상을 받치고 가슴안에 깊은 구멍 하나 뚫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