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을 지나며/박영대
해 안에 짐을 싣고 단양까지 가야하는데
족히 오백 리
애써 한나절 안으로 줄이려니
서울 빠져나가
얽히고 설킨 덧옷 풀고
여주이천 쌀판 지나
수도권 굴레 떨쳐내니
산 문 열고 단풍 든 장끼 한마리 굵은 산줄기로 튄다
상경하는 남한강물 둘러 잡은 치마폭
군데군데 덫 쳐
성황당 전설 위에 고빗돌 엊어놓고
제촉한 걸음 쉬었다 가리
제 철 없는 사시사철
수줍은 듯 다가서는 한복 주름 치악자락
반갑다 품안에 들였으니
태백산맥 끌어안은 한강물 속궁합 맞는 소리
산허리 끼고 있는 색색 바람 띠
물 갗 안개 한이불 속 터진 사랑이라
스물네 번 절기 돌아
지난 세절 헛 것 같아
내려다보면 허벅지 속 감춘
아슬아슬 부끄럼 터진다
푸른 날
단풍든 날
치악 휴게소에서 황홀에 젖다
안개 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