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중년

중년 안경테가 짙은 안경을 쓰고 현관을 나서며 아내를 보면 어떻게든 수작 한번 해 보려고 갖은 말로 유혹하던 뚜렷한 목적으로 가득했던 시절로 돌아 간다 그 목적은 버들가지 아래 둘이서 타는 보오트장이거나 뜸하게 지나는 철길이거나 놋수저가 나오는 한식당이거나 출입금지 팻말을 넘어 시침 걸음으로 보이지 않게 조금씩 다가가야 했다 오랜 시간이 아닌 긴장을 유지하면서 둘이 만의 숲에서 심장 박동 소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이것은 어쩜 무의식에서 발동한 허리우드 액션이었는지 확인해야 할 의식의 문제 돌부리가 만들어 준 묘목 한 그루를 가슴 안에 심어 키우면서 코메디 바보 연기에 반응하는 실소를 살아가는 밑천으로 그녀에게 보여주곤 한다 틈만 나면 튀쳐 나가려는 충동과 틈만 나면 집안에 가두려는 법률효 사..

자작시 2013.01.25

휘휘 칭칭 매여나 볼까

휘휘 칭칭 매여나 볼까 / 박영대 천장에 버들가지 움 텄다 원목 중천장 한 겨울 움츠리고 기다리던 이불 속 뻐끔이 눈만 내놓고 봄 소식 간절한데 동장군 칼날에 숨 죽이고 있는 숲 속 밀사대 잔 가지 바람 사이로 은밀히 전해지는 해빙 암구호 뜬소문 천리 간다고 이 허튼 소문에 이른 나무들 깨나 얼까 걱정이다 몸통 벽지로 켜켜이 켜지고 바다에 간해지고 중천장에 바른지 몇년 봄 와도 뿌리 잘리고 제 차레 아닌 줄 미리 알고 헛 소문 퍼뜨려 누님 놀리다 피지 못할 설음 옹이 버들로 박혀 무정 세월 한강수에 피어나 노들 강변 봄 버들 휘휘 칭칭 매여나 볼까 아리산방 천장 핀 버들 귀전원거 백수님네 수양버들

자작시 2013.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