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돌 아리랑 초고

돌 아리랑 박 영 대 세상 흔하디흔해서 탈이지만 무심의 발끝에 채이는게 일이지만 배워버린 글자처럼 너무 쉽게 여기지만 채이는 아픔 안으로 굳힌 주름 응어리 음악 미술이 받쳐서 살아있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예술과목이다 유약하고 뺏뺏해서 흔들리는 무게 중심 잡아주고 너무 흔하니 그렇게 쌓아도 구설 들을 일 없다 돌밭에서 일생으로 만나지는 인연 윤회에서 윤회를 만난 기쁨이어라 미감 美感 만져보고 원음 原音 들어보고 선 線 보이는 그대로 주워 들은 석복 石福인 줄 알게 되어 천만다행이다 이제껏 돌보다 더한 그리움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고요 들은 적 없고 돌보다 더한 사랑 더더욱 없고 돌보다 더한 도덕을 배운 적 없다 동 깊은 변성암지대에 들어와서 조상 괸 돌무치 산중에 들어와서 세월 깨고 나온 태초 흔적 둘..

자작시 2014.02.12

돌 아리랑

돌 아리랑 박 영 대 세상 흔하디 흔해서 돌이지만 무심의 발끝에 채이는 게 돌이지만 입 떨어진 말처럼 너무 쉽게 여기지만 채이는 아픔 안으로 굳힌 가슴 응어리 얽히고 섥힌 살 풀어내는 살아 있는 哲人 배워도 배워도 비어 있는 잡아도 잡아도 흔들리는 다져도 다져도 무른 가벼움 그저 무게 하나로 중심을 잡는다 인연에서 인연으로 만난 기다림 윤회에서 윤회로 만난 시간 사람 중에 사람 만난 행운 미감 美感 만져보고 원음 原音 들어보고 선 線 그어진 그대로 哲理를 듣는다 이제껏 돌보다 더한 그리움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고요 들은 적 없고 돌보다 더한 사랑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도덕을 배운 적 없다 이 자리에서 태고까지는 얼마나 파야 할까 발 디딘 자리에서 시간을 판다 켜켜이 쌓인 말씀이 쏟아져 나온다 석수..

자작시 2014.02.12

고추

고추 박 영 대 시월, 때가 되었나보다 지난 달까지 울긋불긋 잘 생긴 얼굴 하나로 밥상머리에서 위세 부리고 자식 욕심에 휘어진 허리 평생을 청려장에 의지하고 살면서도 늘상 손님 상에 낯 가리지 않고 된장만 있으면 몸땡이 하나로 칠첩반상을 차린다 어릴 적 한 동네서 자란 불알 친구도 알짤없이 사춘기 겪고 난 후 아이들 범접 못 하게 내쫓고 눈물 돌게 호된 성깔 아직 그대로 설령 가루가 되더라도 매운 끼 히나로 제가 뭐라고 톡톡이 꼬장부리고 있다 남자라고 바람 매단 빨래줄 타고 노는 치마자락 앞에만 서면 펄럭펄럭 `사랑입네' 하고 기 죽지 않는 가을 하늘 저 허장한 줏대

자작시 2013.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