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아리랑
박 영 대
오늘 하루를 42.195로 나누고
느린 걸음으로 청산도 간다
눈 반만 뜨고 반만 보려고
어둔 길 떠듬떠듬 청산도 간다
귀 반만 열고 반만 들으려
가는 귀먹어 청산도 간다
색에서 색 바래내고
전설 바우에서 세월 걷어내고
무명바지 흰 고무신 신고
뭍에서 묻힌 진흙 털고 청산도 간다
파도 넘는 시집살이
멋모르고 한번 내딛은
앳가심 보따리 초분에 묻고
별똥에서 이어진 조상 내력
섬 뿌리에 닷줄로 단단히 묶고
산꼭대기 범바우 흔드는 깃발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며느리들
밭일 끝나면 논일
들 일 끝나면 갯 일
섬 일 끝나면 뭍 일
지아비 끝나면 자식새끼들
속을 모르면 청산도에 시집오지 마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청산도 바다에는 할 일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간다 간다 느림보 간다
청산도 황툭길 느림보 간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남었네 남었어 할 일이 남어
제사상 어동육서 채비가 남었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