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고추

아리박 2013. 10. 14. 12:58

      고추

                    박   영   대

 

시월, 때가 되었나보다

 

지난 달까지 울긋불긋 잘 생긴 얼굴 하나로

밥상머리에서 위세 부리고

 

자식 욕심에 휘어진 허리

평생을 청려장에 의지하고 살면서도

늘상 손님 상에 낯 가리지 않고

된장만 있으면 

몸땡이 하나로 칠첩반상을 차린다

 

어릴 적 한 동네서 자란

불알 친구도 알짤없이

사춘기 겪고 난 후

아이들 범접 못 하게 내쫓고

눈물 돌게 호된 성깔 아직 그대로

설령 가루가 되더라도 매운 끼 히나로

제가 뭐라고 톡톡이 꼬장부리고 있다

남자라고

 

바람 매단 빨래줄 타고 노는

치마자락 앞에만 서면

펄럭펄럭

`사랑입네' 하고 기 죽지 않는

가을 하늘 저 허장한 줏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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