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청산도 아리랑

아리박 2013. 10. 15. 18:19

 

 

  청산도 아리랑

                            박  영   대

 

 

오늘 하루를 42.195로 나누고

느린 걸음으로 청산도 간다

 

눈 반만 뜨고 반만 보려고

어둔 길 떠듬떠듬 청산도 간다

 

귀 반만 열고 반만 들으려

가는 귀먹어 청산도 간다

 

색에서 색 바래내고

전설 바우에서 세월 걷어내고

무명바지 흰 고무신 신고

뭍에서 묻힌 진흙 털고 청산도 간다

 

파도 넘는 시집살이

멋모르고 한번 내딛은

앳가심 보따리 초분에 묻고

 

별똥에서 이어진 조상 내력 

섬 뿌리에 닷줄로 단단히 묶고

산꼭대기 범바우 흔드는 깃발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며느리들

 

밭일 끝나면 논일

들 일 끝나면 갯 일

섬 일 끝나면 뭍 일

지아비 끝나면 자식새끼들

 

속을 모르면 청산도에 시집오지 마라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청천 하늘에는 잔별도 많고

청산도 바다에는 할 일도 많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간다 간다 느림보 간다

청산도 황툭길 느림보 간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남었네 남었어 할 일이 남어

제사상 어동육서 채비가 남었어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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