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모래 나이

아리박 2013. 10. 31. 18:35

    모래 나이

 

백발로 한세상 모여 사신다. 수건 둘러쓰고 그나마 곱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홀로 나앉으면 환과고독이라고 수근거릴까 봐 조심하고 몸가짐 깨끗이 볕에 몸을 말린다. 아무리 그래 봐도 풀뿌리 나무뿌리 같은 자손 얼굴 한번 보기 힘들고 어쩌다 일 년에 한두 번 벌초하러 왔다가 맨발로 지근지근 밟아주는 발바닥 간지럽히는 재미에 웃는다. 손으로 파고 발로 차고 몸뚱이로 굴러도 상처 하나 생기지 않는 것은 다 내리 사랑에서 나온 것이다. 내 품에 펼쳐진 마당에는 바다보다 더 늙은 그리움이 그득 돗자리를 깔고 검버섯 핀 바위보다 더 오랜 침묵이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내 걱정은 어린 것들이 쓸데없는 허욕으로 그 나이 되도록 군살 빼지 못하고 과체중  고지혈증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파도 씻는대로 몸 맡기고 저 산 위에서 여기까지 가진 것 다 내주고 투명하게 사는 재미를 즐기고 계신다. 지금도 젊디나 젊은 것들 모시고 산다.

 

어찌 세월을 잘게 썰어 그리 곱게 빗질하고 계실까

흰 머리 한 올 한 올  물 적셔가며 손질해 주는 바람에게 가벼워진 육신 내맡긴 지 오래다

아침 햇살 받으면 유산으로 남길 詩의 씨알로 슬슬슬 쏟아낸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장 배추  (0) 2013.11.16
이별에게 묻는 말(영역)  (0) 2013.11.14
청산도 아리랑  (0) 2013.10.15
고추  (0) 2013.10.14
헉헉  (0) 201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