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배추
꽃 한 번 흐드러지게 피고 싶다
애기 잘 낳게 생겨가지고
풍만하게 둔부 키워가지고
이불 속 즐거움 미처 알기도 전에
간수에 절여지다
얼마나 후덕한 얼굴이었던가
바람 건들 수작 걸고
달빛 다가와 치근거리고
자잘한 유혹 얼마나 뿌리쳤던가
비 오면 젖을까 우산 받치고
햇빛 탈까 품 넓은 옷으로 감춘 속살
지키고 지킨 하얀 정절
아끼고 아꼈는데
冬至 치르지 못한
지엄한 家門令 넘지 못하고
치마폭 걷어부치고 종갓집 한 해 겨울내기로
그늘 차디찬 음지에서 못 푼 情恨 삭여내고 있다
밥도 아닌 반찬으로 끼니 때마다 구박 받으며
남 주기 아까운
친정 어머니 설움
매운 시집살이 전해 들으면
얼마나 뒷눈물 훔쳐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