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박영대
주름살 바다를 굽는 부뚜막
날마다 볶아온 파도소리 한 철
가늘다란 허리로 갯일 도맡아
물살 거스른 성질머리 그대로
한 때를 바람지어 날고
용궁까지 낯 팔린 화냥기
때 맞춘 해풍 팔딱이는 놀 빛에
평생을 단장한 입술로 살다
비늘로 창파 헤젖고 묵밭에 돌아와
아랫배 노릇한 만년의 살점
처진 지느러미 한숨 돌리려는데
집 버린 화냥기에 칼집 난 며느리
문밖 멀찍이 바다 보따리 내려놓고
그믐달 뒤에서 흘리는 눈물
숯불 위에 지우는
시집살이 굽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