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전어

아리박 2013. 11. 23. 09:38

전어/박영대

                 

주름살 바다를 굽는 부뚜막

날마다 볶아온 파도소리 한 철

가늘다란 허리로 갯일 도맡아

물살 거스른 성질머리 그대로

한 때를 바람지어 날고

용궁까지 낯 팔린 화냥기

때 맞춘 해풍 팔딱이는 놀 빛에

평생을 단장한 입술로 살다

 

비늘로 창파 헤젖고 묵밭에 돌아와

아랫배 노릇한 만년의 살점

처진 지느러미 한숨 돌리려는데

집 버린 화냥기에 칼집 난 며느리

문밖 멀찍이 바다 보따리 내려놓고

그믐달 뒤에서 흘리는 눈물

 

숯불 위에 지우는

시집살이 굽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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