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조야 농협인 신상조야!!! - 남양농협 상임이사 신상조 친구의 퇴임식에 부쳐 - 박 영 대 퇴직이라는 말이 생소해진 나이 축하한다는 꽃 전하련다. 우리 같은 또래야 ! 한창 나이에 한창 많은 논두렁 밭두렁 손으로 굴리고 가슴으로 보듬고 발로 닳아 먹었지 아침으로 퇴근하고 밤으로 출근하고 .. 자작시 2014.09.25
강아지풀 강아지풀 / 박영대 초등학교 동창회 날 고만고만 모였다 까까머리 털보숭이 달랑달랑 흔들어대고 강산이 제법 바뀌었는데도 교복만 벗었을 뿐 식당안이 멍멍멍 흔들린다 교실에서 떠들어대던 아이는 아직도 입거품 그치지 않고 앞자리 앉았던 우등생 애들 때맞춰 한쪽 다리 들고 오줌 .. 자작시 2014.09.25
아무나 하나 아무나 하나 / 박영대 밤을 설친 감이 붉으레 색조 화장하고 잠을 깬다 털가시 단단히 둘러쓴 밤톨도 짙은 입술 내민다 밤새 사랑놀음에 시달리고도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던가 키우고 익혀놓고 즐기는 정분이 달곰하다 여름내내 손가락 굵도록 총총히 키웠으니 이제는 낯 내놓아도 될 .. 자작시 2014.09.22
당신과 가는 길 당신과 가는 길 / 박영대 당산과 가는 길이 아무리 길고 멀어도 바람처럼 건듯 불고 가겠습니다 굽은 길 나오면 저 만치 피어있는 꽃향기 맡으러 가는 것처럼 가겠습니다 풀도 나무도 저마다 뒷태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눈을 감겨 주셔요 차라리 맹인이 되어 이끄는 대로 가겠습니다 당신과 가는 길이 강물이라면 저를 타고 가셔요 기꺼이 나룻배가 될 것입니다 물고기 미끈한 몸으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허파로 계셔요 숨 쉬는 관장을 맡아 잠수를 막아 주셔요 자작시 2014.09.22
가을 달 가을 달 / 박영대 앉을 자리 마땅찮아 두리번거리다가 어쭙잖은 틈새에 끼어 잊고 살던 아스란 어머니 송편 생각 나 발에 익은 고향 골목길로 찾아 나선다 이웃집 가는 길 들녘으로 가는 길 차 타러 가는 길 한 곳에 붙박이로 사는게 정착일까 방황일까 거미줄 얽힌 단맛에 매인 몸 하찮은.. 자작시 2014.09.05
아직 멀었네 아직 멀었네 / 박영대 詩가 부족해서 잘 팔리는 시집 사서 밤늦게까지 읽고 있는데 글자들이 일어나 숲에 귀 기울인다 소쩍새 저 산 만치에서 의성어 일러 주는데도 귀 열리지 않아 받아 적지 못하고 창문에 달그림자 비치어 의태어 보여 주는데도 눈이 트이지 못해 쓸 수가 없네 사람의 .. 자작시 2014.09.03
가을꽃 가을꽃 / 박영대 수줍게 붉었네! 귓불같이 하얗게 피었네! 손장난같이 이슬 젖은 손수건은 또 무언가 차가운 눈짓 한 번에 달 찬 허리부터 시큰하다 바람 다발을 든 햇빛이 안아 어르고 달래지만 풍성한 추석 한 상 가득 차려 오지만 그냥 하는 위로인 줄 왜 모르겠는가 색으로 물들 시간.. 자작시 2014.08.30
텃밭 수확 텃밭 수확 / 박 영 대 뙤약볕 식혀서 태양초로 말린 노을 서 근 산골 처자 옷고름 푼 도라지 젖물 두 종지 가을 바람 같이 쓰고 달고 시고 짠 오미자 분홍빛 향기 다섯 마당 봄꽃 노랑노랑만 솎아다가 안에 채워 익힌 참외 풋사랑 네 개 어둠속에서도 부끄러운 숫말 거무퇴퇴 가지 민망 한 .. 자작시 2014.08.23
그 잘못 그 잘못 / 박영대 플라다너스 잎 하나 살포시 떨어집니다 팔월 늦초록 막비에 다가와 같이 써 줄 우산도 없이 각지고 얼룩지고 생채기 난 넓은 얼굴입니다 그땐 얼마나 작고 연한 얼굴이었는데 뿌리에게 젖 물려 키우는 동안 그을리는 것이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시달리는 것이 넓어지.. 자작시 2014.08.21
풀들, 수군거리다 풀들, 수군거리다 여물기 전에 입술부터 탄다 나무들의 푸른 치마가 땟국에 절었다 모낸 이후 비다운 비 내리지 않고 지난달까지 그리 모질게 애태우더니 초심 아우성은 듣는 둥 마는 둥 가뭄은 하늘의 뜻도 거역하다 달이 바뀌고 하늘도 입추 밴 팔월에는 레임덕 `수돗물 충분히 공급하.. 자작시 201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