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당신과 가는 길

당신과 가는 길 / 박영대 당산과 가는 길이 아무리 길고 멀어도 바람처럼 건듯 불고 가겠습니다 굽은 길 나오면 저 만치 피어있는 꽃향기 맡으러 가는 것처럼 가겠습니다 풀도 나무도 저마다 뒷태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눈을 감겨 주셔요 차라리 맹인이 되어 이끄는 대로 가겠습니다 당신과 가는 길이 강물이라면 저를 타고 가셔요 기꺼이 나룻배가 될 것입니다 물고기 미끈한 몸으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허파로 계셔요 숨 쉬는 관장을 맡아 잠수를 막아 주셔요

자작시 201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