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달 / 박영대
앉을 자리 마땅찮아 두리번거리다가
어쭙잖은 틈새에 끼어
잊고 살던 아스란 어머니 송편 생각 나
발에 익은 고향 골목길로 찾아 나선다
이웃집 가는 길
들녘으로 가는 길
차 타러 가는 길
한 곳에 붙박이로 사는게 정착일까 방황일까
거미줄 얽힌 단맛에 매인 몸
하찮은 핑계가 앞을 가로막는다
동산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손금처럼 사는 길
타고 오는 언저리쯤 알 수 있을 텐데
무작정 그어진 길로 떠돌고 있다
바람 한번 불면 귀성열차에 설렁한 보따리 하나 실어 보내고
핑계 하나 신발 앞에 풀어 놓는다
들녘에 치마폭 펼친 모시잎 이슬 터는 소리
그래도 들어 줄 것 같아 동산에 올라앉은
너에게 기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