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가을 달

아리박 2014. 9. 5. 09:49

가을 달 / 박영대

 

앉을 자리 마땅찮아 두리번거리다가

어쭙잖은 틈새에 끼어

잊고 살던 아스란 어머니 송편 생각 나

발에 익은 고향 골목길로 찾아 나선다

이웃집 가는 길

들녘으로 가는 길

차 타러 가는 길

한 곳에 붙박이로 사는게 정착일까 방황일까

거미줄 얽힌 단맛에 매인 몸

하찮은 핑계가 앞을 가로막는다

동산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손금처럼 사는 길

타고 오는 언저리쯤 알 수 있을 텐데

무작정 그어진 길로 떠돌고 있다

 

바람 한번 불면 귀성열차에 설렁한 보따리 하나 실어 보내고

핑계 하나 신발 앞에 풀어 놓는다

들녘에 치마폭 펼친 모시잎 이슬 터는 소리

그래도 들어 줄 것 같아 동산에 올라앉은 

너에게 기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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