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당신과 가는 길

아리박 2014. 9. 22. 07:52

당신과 가는 길 / 박영대

 

당산과 가는 길이

아무리 길고 멀어도 바람처럼

건듯 불고 가겠습니다

 

굽은 길 나오면 저 만치 피어있는 

꽃향기 맡으러 가는 것처럼 가겠습니다

풀도 나무도 저마다 뒷태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눈을 감겨 주셔요

차라리 맹인이 되어

이끄는 대로 가겠습니다

 

당신과 가는 길이

강물이라면 저를 타고 가셔요

기꺼이 나룻배가 될 것입니다

물고기 미끈한 몸으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허파로 계셔요

숨 쉬는 관장을 맡아 잠수를 막아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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