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가는 길 / 박영대
당산과 가는 길이
아무리 길고 멀어도 바람처럼
건듯 불고 가겠습니다
굽은 길 나오면 저 만치 피어있는
꽃향기 맡으러 가는 것처럼 가겠습니다
풀도 나무도 저마다 뒷태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눈을 감겨 주셔요
차라리 맹인이 되어
이끄는 대로 가겠습니다
당신과 가는 길이
강물이라면 저를 타고 가셔요
기꺼이 나룻배가 될 것입니다
물고기 미끈한 몸으로 유혹하겠지요
그때는 당신이 내 허파로 계셔요
숨 쉬는 관장을 맡아 잠수를 막아 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