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아무나 하나

아리박 2014. 9. 22. 08:35

아무나 하나 / 박영대

 

밤을 설친 감이 붉으레 색조 화장하고 잠을 깬다

털가시 단단히 둘러쓴 밤톨도 짙은 입술 내민다

밤새 사랑놀음에 시달리고도

얼마나 아름다운 밤이었던가

 

키우고 익혀놓고

즐기는 정분이 달곰하다

여름내내 손가락 굵도록 총총히 키웠으니

이제는 낯 내놓아도 될 성 싶다

 

키운 아이들이 떼구르르 굴러와 안기는 아침

햇살이 카메라 켜고 찾아와 자랑해 주고 있다

 

숲에서 일찍이 떠난 새들 저만치서 부러운 듯

좋은 집안에서 나서 한평생 날개로 떠돌다가

 

한 자리에 낳고 키워 빛 받고 있는

감나무 밤나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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