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네 / 박영대
詩가 부족해서
잘 팔리는 시집 사서 밤늦게까지 읽고 있는데
글자들이 일어나 숲에 귀 기울인다
소쩍새 저 산 만치에서 의성어 일러 주는데도
귀 열리지 않아 받아 적지 못하고
창문에 달그림자 비치어 의태어 보여 주는데도
눈이 트이지 못해 쓸 수가 없네
사람의 말만 말인 줄 알고 말만 들을 줄 알면 되는 줄 알고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꽃 말. 풀 말. 바위의 무거운 말
알아 듣지 못하고
알량한 사전 속에서 낱말만 뒤적이고 있으니
내 시가 울퉁불퉁한 시 길에서 꼼짝 못하고 있다
돈도 안 받고 밤 세도록 저리 가르쳐 주고 있는데
아. 시인님
이 갑갑한 눈과 귀는 언제 트이려나요
소쩍새 소리 받아 적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