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 / 박영대
수줍게 붉었네! 귓불같이
하얗게 피었네! 손장난같이
이슬 젖은 손수건은 또 무언가
차가운 눈짓 한 번에
달 찬 허리부터 시큰하다
바람 다발을 든 햇빛이 안아 어르고 달래지만
풍성한 추석 한 상 가득 차려 오지만
그냥 하는 위로인 줄 왜 모르겠는가
색으로 물들 시간이 얼마일지 몰라
향내 나는 잠자리 언제 깰지 몰라
지난 계절에 왔다 간 봄꽃
어디로 간 것인지
손잡고 속삭이던 달빛소리도
옆구리 간질이던 바람놀이도
초록초록 살아 있는 시한부 날짜를 갉아먹는다
그날 밤 속삭이던 그 말 달판에다 적고
이 가을 달콤한 그 몸짓 별가지에 걸어
두고두고 꺼내 볼 수는 없을까.
*** 이 시는 백미의 블로그 歸田園居(시골에 들어와 살며)
http://blog.daum.net/ybm0913/3384
2014. 8. 29 포스팅 `높고 파란 가을 하늘'에서 이미지 차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