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그 잘못

아리박 2014. 8. 21. 08:16

   그 잘못 / 박

 

플라다너스 잎 하나 살포시 떨어집니다

팔월 늦초록 막비에

다가와 같이 써 줄 우산도 없이

 

각지고 얼룩지고 생채기 난 넓은 얼굴입니다

 

그땐 얼마나 작고 연한 얼굴이었는데

뿌리에게 젖 물려 키우는 동안

그을리는 것이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시달리는 것이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넓어지는 것이 견디는 것이었습니다

넓어지는 것이 잘못인 줄 모르고

이제 안반짝만한 잘못만 남았습니다

 

그 잘못으로

파란 공중에 눈물 방울 끈으로 엮어서 별자리를 만듭니다

그 잘못으로

초록 뒷뜰에 생채기 다듬어 집을 짓습니다

누가 살지 모르지만 집 한 채 지었습니다

 

아버지.

이젠 차가올 막비가 두렵지 않습니다

그 잘못으로 올 추석상

떡 벌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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