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잘못 / 박영대
플라다너스 잎 하나 살포시 떨어집니다
팔월 늦초록 막비에
다가와 같이 써 줄 우산도 없이
각지고 얼룩지고 생채기 난 넓은 얼굴입니다
그땐 얼마나 작고 연한 얼굴이었는데
뿌리에게 젖 물려 키우는 동안
그을리는 것이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시달리는 것이 넓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넓어지는 것이 견디는 것이었습니다
넓어지는 것이 잘못인 줄 모르고
이제 안반짝만한 잘못만 남았습니다
그 잘못으로
파란 공중에 눈물 방울 끈으로 엮어서 별자리를 만듭니다
그 잘못으로
초록 뒷뜰에 생채기 다듬어 집을 짓습니다
누가 살지 모르지만 집 한 채 지었습니다
아버지.
이젠 차가올 막비가 두렵지 않습니다
그 잘못으로 올 추석상은
떡 벌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