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의자 / 박영대
혼자 앉아서 기다리는 빈 의자처럼
외로움 견뎌낼 수 있어?
체온으로 날개를 시동하고 꽃꽃이 찾아 나서는 나비처럼
가벼워질 수 있어?
밤낮없이 유혹하는 바람 앞에서 기죽지 않은 깃발처럼
당당할 수 있어?
법도 없는 풀밭에서 다툼 없이 살아가는 강아지풀처럼
유연할 수 있어?
떳다 사라지는 단 한 번의 기회를 프리즘으로 내놓는 비눗방울처럼
화려할 수 있어?
정글의 원시를 내 책상 앞까지 가져와 끄적이다 만 폐지조각이 되더라도
꼿꼿한 지조
샘물만 껍데기처럼 고집하는 다슬기. 목이 말라 죽는다 해도 밑으로 떠밀리는 물살에
끝까지 붙잡고 있는 안간힘
굴러야 할 숙명, 몸은 부서져도 내 몫은 내가 지키는 바퀴살
그의 가느다란 버팀이 애처롭다
다락방 벽장 속에 눅눅해진 고서화 같은 언어들
떠오르지 않는 술래잡기
올해 안에 하나는 꼭 그려야 하는 나이테, 평생 한 자리에서 살아도 주저 없이 붓 집어드는 나무처럼
연습 없이도 도전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