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혼자 있는 의자

아리박 2014. 8. 11. 13:44

혼자 있는 의자 / 박영대

 

 

혼자 앉아서 기다리는 빈 의자처럼

외로움 견뎌낼 수 있어?

 

체온으로 날개를 시동하고 꽃꽃이 찾아 나서는 나비처럼

가벼워질 수 있어?

 

밤낮없이 유혹하는 바람 앞에서 기죽지 않은 깃발처럼

당당할 수 있어?

 

법도 없는 풀밭에서 다툼 없이 살아가는 강아지풀처럼

유연할 수 있어?

 

떳다 사라지는 단 한 번의 기회를 프리즘으로 내놓는 비눗방울처럼

화려할 수 있어?

 

정글의 원시를 내 책상 앞까지 가져와 끄적이다 만 폐지조각이 되더라도

꼿꼿한 지조

 

샘물만 껍데기처럼 고집하는 다슬기. 목이 말라 죽는다 해도 밑으로 떠밀리는 물살에

끝까지 붙잡고 있는 안간

 

굴러야 할 숙명, 몸은 부서져도 내 몫은 내가 지키는 바퀴살

그의 가느다란 버팀이 애처롭다

 

다락방 벽장 속에 눅눅해진 고서화 같은 언어들

떠오르지 않는 술래잡기

 

올해 안에 하나는 꼭 그려야 하는 나이테, 평생 한 자리에서 살아도 주저 없이 붓 집어드는 나무처럼

연습 없이도 도전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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