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를 뵈다 검룡소를 뵈다 박 영 대 서울의 조상님 찾아갔더니 검룡소 할어미 할아버지 펄펄 살아 계셨다 왜 이제 왔느냐고 타박도 없이 태초부터 사시던 이끼 그대로였다 바람을 휘어잡고 흰 두루마기 두둥실 태우고 순하게 키운 산아이들 철철이 옷 해 입히고 흰 머리띠 두르고 아리물 퍼내고 계.. 자작시 2014.10.26
낙엽 낙엽 석달 열흘 평생으로 생각하고 만만하게 굴리고 간다 가장 가벼운 가을 더 많이 버리기 위해 몸 우구려가며 굴곡으로 바라 ㅁ아는다 기다림도 허락받지 못한 가벼움 남은 생도 저리 가볍게. 자작시 2014.10.24
나목의 기억 나목의 기억 산에 와서 깊은 허벅지를 만나다 태초의 둥지에서 능선을 따라 단풍 든 살점을 푹푹 삶고 있다 푸른 잎들이 다 모여서 효도잔치를 벌렸는가 봄에 핀 은혜를 잘 알고 부답하는 중 태어나고 단풍드는 일을 알기에 흐르다가 고이는 박물관 유물들이 거슥러간 동굴속에서 뒷걸음 치고있다는 것을 알기에 흘러간 것 ㅇ되새김 태어나지 못한 무정란이 굳어져 생명을 깐다 원시의 사립문이 열린다 시간의 족적이 옷을 벗는다 은밀하게 감추고 있던 허벅지를 들어 올려 잉태한 알집 탱탱하게 안개같은 부끄럼 덛어내고 있다 내가 살아있다 자작시 2014.10.24
가을 변증법 가을 변증법 박 영 대 단풍 아직 여자 낙엽 끝난 여자 몸 조심 방치 색 유색 변색 수컷 요긴 별무 나무에게 슬픔 망각 산에게 목걸이 폐기물 강물 블라우스 브레지어 사슴 뿔 발 성선설 성악설 밥 똥 자작시 2014.10.21
가을비 가을비 박 영 대 찻물같은 가을비 가지를 타고 내리며 단풍잎 달랜다 제촉하는 걸음 기아 변경으로 속도 맞춘다 혼자서 감 익을 때까지 햇빛도 가려 지킨 늙은 어머니가 촉촉히 젖는다 때가 된 줄 아는 지푸라기 같은 여유 닳아 터진 신발 젖어 푸른 안개를 세고 있다 좋은 사람이란 거 만.. 자작시 2014.10.20
과속하고 싶지 과속하고 싶지 박 영 대 타고난 조급증과 달리고 싶은 과단이 핸들을 잡으면 속도가 주는 미필적 중독 조심 간판이 뵈지 않은다 국회의원들이 기초 질서 위반이라고 나무라는 걸 보면 착복보다 거짓말보다 중한 죄인가 보다 내리막이 꽂히는 쾌락 오르가슴이 쏟아내는 찰라 타고난 바퀴 .. 자작시 2014.10.18
지그시 묵묵 지그시 묵묵 박영대 바위는 내장 중 반 이상이 肝일거야 수많은 이별을 보고 듣고 견디려면 눈물샘이 커야하기 때문 생이별 켜켜이 굳어서 된 응어리 핏줄에 흐른 붉은 사연 일일이 스며 죽은 피 되었구나 언제 마음 놓고 울어볼 날 있을지 간짓대 세우고 가슴 안에 모아둔 적체 오래 살.. 자작시 2014.10.13
시계 소리 시계 소리 박영대 오래된 시계 소리가 커졌다 처음에는 디자인도 괜찮았고 시간도 잘 맞아 방에 걸어두고 내 일정을 모두 맡겼다 세월이 쪼는 뼈마디 소리인가 나이 들어 늘어난 잔소리 크기인가 톱니바퀴 닳아 관절통 신음이라면 시계병원에 입원시켜 고칠 수 있다만 내 할 짓 다 알아.. 자작시 2014.10.10
홍시와 곶감 홍시와 곶감 박영대 불로초가 아닌 불로복를 입은 여자 그렇게 땡볕에 맨 얼굴 내놓고도 중반을 넘기도록 홍안이다 바람으로 구름을 타서 짠 무계절 베 한 필 기다리던 까치도 한 뜸 한 뜸 손바느질 껍질 그대로 타고난 그대로 끝까지 촉촉한 여자 철마다 색색 바꾸지 않은 초경이 늦은 .. 자작시 2014.10.08
구절초 구절초 / 박영대 눈길 뜸한 여인네 품에 꽃소식 숨어든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눈도 작게 잎도 작게 소리도 자그맣게 별에서 찾아온 백십자 그동안 눈치 보며 어정거리다 다들 짐 싸들고 사립문 닫을 즈음 피어나 여인의 밤을 밝힌다 찾아온 이 박절 말라는 따듯한 입술들의 환생 소리 여인에게 순한 독이 되어 여직 실날 같은 맥을 틔운다 태생으로 가진 흰 피 몸 비틀어 짜고 스스로 태우고 팔랑개비 바람을 돌려 보이게 보이지않게 의술 펼친다 얼마나 춥게 컸으면 추운약이 되었을까 낯익은 길목 낯익은 얼굴 떠나온 고향별에도 지금 지천으로 피고 있겠지 자작시 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