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나목의 기억

나목의 기억 산에 와서 깊은 허벅지를 만나다 태초의 둥지에서 능선을 따라 단풍 든 살점을 푹푹 삶고 있다 푸른 잎들이 다 모여서 효도잔치를 벌렸는가 봄에 핀 은혜를 잘 알고 부답하는 중 태어나고 단풍드는 일을 알기에 흐르다가 고이는 박물관 유물들이 거슥러간 동굴속에서 뒷걸음 치고있다는 것을 알기에 흘러간 것 ㅇ되새김 태어나지 못한 무정란이 굳어져 생명을 깐다 원시의 사립문이 열린다 시간의 족적이 옷을 벗는다 은밀하게 감추고 있던 허벅지를 들어 올려 잉태한 알집 탱탱하게 안개같은 부끄럼 덛어내고 있다 내가 살아있다

자작시 2014.10.24

구절초

구절초 / 박영대 눈길 뜸한 여인네 품에 꽃소식 숨어든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눈도 작게 잎도 작게 소리도 자그맣게 별에서 찾아온 백십자 그동안 눈치 보며 어정거리다 다들 짐 싸들고 사립문 닫을 즈음 피어나 여인의 밤을 밝힌다 찾아온 이 박절 말라는 따듯한 입술들의 환생 소리 여인에게 순한 독이 되어 여직 실날 같은 맥을 틔운다 태생으로 가진 흰 피 몸 비틀어 짜고 스스로 태우고 팔랑개비 바람을 돌려 보이게 보이지않게 의술 펼친다 얼마나 춥게 컸으면 추운약이 되었을까 낯익은 길목 낯익은 얼굴 떠나온 고향별에도 지금 지천으로 피고 있겠지

자작시 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