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구절초

아리박 2014. 10. 2. 06:53

구절초 / 박영대

 

눈길 뜸한 여인네 품에 꽃소식 숨어든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눈도 작게 잎도 작게

소리도 자그맣게

별에서 찾아온 백십자

 

그동안 눈치 보며 어정거리다

다들 짐 싸들고 사립문 닫을 즈음

피어나 여인의 밤을 밝힌다

 

찾아온 이 박절 말라는

따듯한 입술들의 환생 소리

여인에게 순한 독이 되어

여직 실날 같은 맥을 틔운다

 

태생으로 가진 흰 피

몸 비틀어 짜고 스스로 태우고

팔랑개비 바람을 돌려

보이게 보이지않게 의술 펼친다

얼마나 춥게 컸으면 추운약이 되었을까

 

낯익은 길목

낯익은 얼굴

떠나온 고향별에도 지금 지천으로 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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