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 박영대
눈길 뜸한 여인네 품에 꽃소식 숨어든다
눈에 띄지 않으려고
눈도 작게 잎도 작게
소리도 자그맣게
별에서 찾아온 백십자
그동안 눈치 보며 어정거리다
다들 짐 싸들고 사립문 닫을 즈음
피어나 여인의 밤을 밝힌다
찾아온 이 박절 말라는
따듯한 입술들의 환생 소리
여인에게 순한 독이 되어
여직 실날 같은 맥을 틔운다
태생으로 가진 흰 피
몸 비틀어 짜고 스스로 태우고
팔랑개비 바람을 돌려
보이게 보이지않게 의술 펼친다
얼마나 춥게 컸으면 추운약이 되었을까
낯익은 길목
낯익은 얼굴
떠나온 고향별에도 지금 지천으로 피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