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홍시와 곶감

아리박 2014. 10. 8. 08:01

홍시와 곶감

 

 박영대

 

불로초가 아닌 불로복를 입은 여자

그렇게 땡볕에 맨 얼굴 내놓고도

중반을 넘기도록 홍안이다

 

바람으로 구름을 타서 짠 무계절 베 한 필

기다리던 까치도 한 뜸 한 뜸 손바느질

껍질 그대로 타고난 그대로

끝까지 촉촉한 여자

철마다 색색 바꾸지 않은 초경이 늦은

드러내 놓고 벗는 유혹이 아니라도 속 깊음에 빠진다

`

어쩌다 옷 벗겨놓고 보면 한치도 못가서

질겅질겅 육포처럼 삭신은 씹히고

밤이 없는 폐경의 고독이 된다

 

정숙함 다치지 않고 앞섶 여민 덕분에

다시 피어난 몸

젖가슴보다 농익은

말랑말랑한 속살

꽃보다 더 벗어보이는

열매보다 더 속속 달달한

끝이 없는 사랑놀이

 

야하다고 더는 말할 수 없는

흥건한 몸 물

속속곳을 적신다

 

천의무봉의 여자

긴 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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