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박 영 대
찻물같은 가을비
가지를 타고 내리며 단풍잎 달랜다
제촉하는 걸음 기아 변경으로 속도 맞춘다
혼자서 감 익을 때까지
햇빛도 가려 지킨
늙은 어머니가 촉촉히 젖는다
때가 된 줄 아는 지푸라기 같은 여유
닳아 터진 신발 젖어 푸른 안개를 세고 있다
좋은 사람이란 거 만나봐야 알 듯
좋은 계절이란 거 바깥에 나가봐야 풍성하다
빗물 아직 식지 않은 목소리로
계절 뎁히고 있는데
생소한 이별 연습 강요 당하고 있다
아무리 떠나야할 일이지만 제촉할 것까지야
죄될 것도 없는 기한 만료가 구석으로 몰아 세운다
단풍잎 무늬가 빗물에 불어 꽃을 닮아간다
생기 없는 무기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