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나목의 기억

아리박 2014. 10. 24. 15:48

나목의 기억

 

 

산에 와서 깊은 허벅지를 만나다

태초의 둥지에서

능선을 따라 단풍 든 살점을 푹푹 삶고 있다

푸른 잎들이 다 모여서 효도잔치를 벌렸는가

봄에 핀 은혜를 잘 알고 부답하는 중

 

태어나고 단풍드는 일을 알기에

흐르다가 고이는 박물관 유물들이

거슥러간 동굴속에서 뒷걸음 치고있다는 것을 알기에

 

흘러간 것 ㅇ되새김

태어나지 못한 무정란이 굳어져

생명을 깐다

원시의 사립문이 열린다

시간의 족적이 옷을 벗는다

은밀하게 감추고 있던 허벅지를 들어 올려

잉태한 알집 탱탱하게

안개같은 부끄럼 덛어내고 있다

 

내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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