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존재의 꽃망울

존재의 꽃망울 도저히 꽃으로 남은 타인 작년에 지난 행락이 넋 놓고 남긴 한 해 한 해 틈틈이 쌓아도 평생 못 오를 솟대의 허망한 木날개 뭉친 가슴 맞대고 품은 나목의 우정처럼 허옇게 말라 구겨지고 떨어지고 안개 보에 싸서 못 푼 아쉬움 둘러매고 가는 붉은 만큼 짜낸 꽃술 담가 백날을 기다리다 알 리 없이 새로 돋는 봄에 첫걸음처럼 지긋이 아무 생각 없이 꽃길 따라오는 발등 찧는 길 있어 달라고 있어 달라고 옷고름처럼 얼굴 차마 보이기 힘든 숨긴 슬픔 망울 병산서원의 홍매망울

자작시 2013.03.29

꽃눈

꽃눈 흔한 잎자리 대신 요이불 깔아 다습게 꽃자리 펴놓았다 바람의 꽃 시샘 갈 데까지 가 보자 비탈진 계절의 매질 속에 맞으면서 감춘 피멍 툭 불거져 나온 견딘 흔적 바람에 숨기며 치마인지 바지인지 사랑인지 이별인지 입 다물고 있다 꽃이라면 물불 모르고 달겨드는 서슬 퍼런 봄판 잎눈인지 꽃눈인지 벌 나비 화전놀이에 빠진 동안 가지 얼굴에 울음 맺힌 봄날이 왔다 너무 쉽게 알아버린 설음 울음맺힌 꽃눈 당산중학교정에서.

자작시 2013.03.21

안개. 바보 산수

안개. 바보 산수 바람 부니 살짝 호수 안에 소문 피어나 애 태우고 있다 어제 만나고 무슨 곡절로 속 태우고 있는가 손 잡은 그 동안 쩔쩔 매고 납짝 업드려 아침내내 바지 질질 저리고 있다 살짝 물결 치니 숲 안에 소문 번져 애 태우고 있다 어제 만나고 무슨 욕심으로 속 태우고 있는가 그리는 그 동안 꼼짝 못하고 발목 잡혀 계절내내 얼굴 다 쥐어뜯기고 있다 잘 베어든 수묵 담채 한폭 아 ~ 좋다.

자작시 2013.03.14

등대

등대/박영대 멀어질수록 보고 싶다 멀어질수록 가물가물 더 간절하다 숙명으로 출렁이는 그날의 해후 헤매다가 고기 바람 한 마리로 떠돌다가 바다 망울 어둠에 묻힐 때 얼마 만에 찾은 아가미의 정착인가 심장 핏빛으로 드러내는 반가움 기척이기만 해도 지느러미의 오르막 맥질 혼자서 하는 외로움 놀이에 지칠 대로 지친 늙은 눈빛 바다 눈자위 퀭해져야 보여주는 그 속내 가슴 자리에 붙박이로 흔들리지 않는 희디흰 저 자존심 *** 울릉도에는 망망하게 작아지는 내가 있었다 선상에서건 뭍에서건 바라다 보면 위안이 있었다 다 내려 놓고 사정해도 비굴하지 않던 저 흰 등대 등대는 희.노.애.락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존심처럼 지탱하고 있었다

자작시 2013.03.13

도담삼봉

도담삼봉 / 박영대 떠내려왔다고 한다 태생적 부유 설화에 시달려온 처지라 소문이 횡횡하다 알 수가 없다 떠내려온 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애간장 저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동천 옥답 논갈이하러 왔는가 천상 궁녀 춤사위 따라왔는가 베틀 놓고 잉아 걸어 짜낼 수도 없고 수묵 담채로 그려낼 수도 없는 물과 바람의 세월이여 ! 그 앞에 누구든 서 있기만 하면 세상의 절경 부르기만 하면 세상의 명창 읊기만 하면 세상의 절편. 도담삼봉

자작시 2013.03.04

독도 아리랑

독도 아리랑                                        박영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마지막 늦둥이로 터울나게 태어나서 비가 오나 바람 부나 가슴 안에 수심이다 어린 자식 눈에 밟힌다이목구비 또렷하고동해바다 여명 속에 태극으로 솟은 얼굴 버릴 것 하나 없이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 파도에 멱 감고 바람과 노래하고갈매기와 노는데호시탐탐 엿보는  검은 눈이 보인다 귀한 자식 노리는 유괴범은 들으라인면수심 죄악 중에  어린 자식 앗아다가몹쓸 짓 또 하는 것이어찌 인간이기를 바라느냐하늘 아래 얼굴 들고 같이 살기를 바라느냐자식 가진 부모 맘을 짐작지도 못하느냐 심해의 가슴보다 깊고해암의 응어리보다 단단한 천륜을 짐승 아니 저 바닷속 물고기도 새끼 낳아 키울 때는뼈 마디 부..

자작시 2013.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