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소리까지 얼리다

아리박 2013. 2. 23. 09:55

  소리까지 얼리다

 

새벽 닭울음소리 새지 않은 날을 애닯게 언다

저만치 물소리 그쳐 웅덩이에 힘겹게 언다

쏟아내던 별빛소리 허공에서 지리하게 언다

가지로 내리치던 바람 소리 맨몸에 냉정하게 언다

유리창에 엉겨붙은 입김 소리 상여 꽃 무늬로 허옇게 언다

그믐밤 창밖으로 내닫는 불빛소리 문틈에서 까맣게 언다

편지함에 전해지는 소식들 발 구르며 바깥에 비명지르며 언다

세월 세월을 껴입은 바위의 묵비소리 침묵으로 언다

눈길 흔적으로 남은 나의 소리가 마지막 걸음으로 서럽게 언다

 

소리까지 얼어있는 이 강치

사방으로 줄줄이 뻗어 소리 소문 없이 얼리고 있다

뿌리보다 얕은 소리들 죽지 않고 해동이나 할 수 있으려나.

 

 

 

세월 세월을  껴입은 바위의 묵비소리 침묵으로 얼다

 

  소리들 얼어 갈기갈기 부서지고 있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담삼봉  (0) 2013.03.04
독도 아리랑  (0) 2013.03.04
차례상  (0) 2013.02.09
중년  (0) 2013.01.25
DMZ에 장단콩을 심다  (0) 2013.01.23